↑↑    최 용 대         서양화가 경주 미술사 연구회 수석 연구원
ⓒ 서라벌신문

필자는 그때 당시 계림에서 국전 출품작을 제작하는 거의 전 과정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큰 작품일 경우 피사체를 캔버스 너머로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캔버스를 45도 정도 옆으로 비스듬히 세워 두고 그리는데 그는 캔버스를 피사체 반대 방향에 말뚝을 박아 거치해 두고 터치할 때마다 뒤돌아서 보고 다시 고개를 돌려 작업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작업 방법이었다. 또한 붓으로 그리지 않고 나이프로 물감을 두껍게 찍어 바르는 방법이 필자의 어린 눈에는 신기하기도 하였다.
작품 제작이 완료된 뒤 제20회 국전에 <7월의 계림>이 입선을 하게 되고, 이 작품이 청와대에 팔리게 되었다고 맏딸인 손승애가 회고한 바 있었는데 최근에 청와대에서 소장작품 전수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경주 미협으로 연락이 와서 손승애와 연결이 되었고 작품 소장이 확인된 바가 있다. 이 작품이 청와대에 판매된 과정과 관련하여 딸 손승애의 기억에 아픔이 서려 있었다.
손승애의 기억에 의하면 손수택의 그림 판매대금이 200만원이었는데 (직접적인 거래가 아니고 중간에 누군가 거간꾼이 끼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 작품 대금이 30만원밖에 전해지지 않아서 아버지 손수택이 크게 충격을 받아 쓰러진 후 중풍(뇌경색)을 얻게 되었고, 다음 해 병환 중에도 첨성대를 그린 작품을 제작해 역시 국전에 출품하였으나 낙선하게 되고 또 그 다음 해는 병세가 더 악화된 상태에서도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 손승애가 끄는 손수레에 실려 계림에 작업하러 나왔다. 이때 필자도 계림에 사생하러 계속 나갔었는데 그때 당신 특유의 작업에 대한 열정과 호기로 “최군 한번 보래이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라고 외치던 것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 현장 제작
ⓒ 서라벌신문

그 후 필자는 부친이 그림 그리는 것을 못하게 하고 부친이 하던 업을 맡아하라는 엄명을 거역하지 못하고 영업할 건물을 신축하기 위해 시멘트 벽돌을 찍고 있었다. 그림과의 인연을 잠깐 끊은 상태였는데 후에 그가 가난과 병마와 싸우다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상가에 문상을 가보지 못 한 것이 지금까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 작품 어촌 (감포항) ⓒ 서라벌신문

↑↑ 첨성대 전경 ⓒ 서라벌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