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색분석법으로 밝혀낸 사천왕상의 영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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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유신장상의 사천왕설 재확인,
사천왕상 3상으로 신라 김씨 흉노 후예설 입증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의 특집진열 ‘사천왕사 녹유신장상, 백년의 기다림’ 전시연계 특별강연회가 지난 18일 박물관 수묵당에서 개최됐다.
‘사천왕사 녹유신장상의 본질과 비밀’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은 지난 1980년 국립박물관 소장 사천왕사 녹유신장상 파편을 복원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강우방(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전 국립경주박물관장이 진행했다.
미술사학계에서 이른바 팔부중과 사천왕 간 신장의 도상(圖像) 논쟁을 촉발시킨 강 원장은 “고고학과 미술사는 구분이 없으며 연결돼 있다”고 운을 떼고, 동양사상의 근간인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사천왕상 3상을 채색으로 분석했다.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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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강 원장은 “사천왕상은 통일신라 사천왕사의 것이 최초”이며, 고구려 무덤의 사신도와 본질적으로 같다”고 정의하고, 사천왕상은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존재인 방위신이 아니라 우주에 가득 찬 기운을 형상화한 조형이며, 온 우주의 불법을 수호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는 흔히 ‘당초문’이라고 잘못 불리고 있는 문양인 ‘영기문’은 만물을 생성시키는 조형이며, 모든 예술품의 근원이 되는 영기문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용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압축된 우주의 기운을 상징하는 조형인 용과 봉황, 백호, 현무 등과 같이 사천왕상 또한 영기문의 거대한 집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천왕상이 왜 4상이 아닌 북방을 방어하는 다문천을 제외한 3상만을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북망민족 흉노와의 관계로 풀어냈다.
만리장성 축조의 원인인 중국 침략자로서의 ‘흉노’와 유럽의 시선으로 보는 ‘훈 제국’은 너무 다르다고 지적한 그는 신라는 중국의 시선이 아닌 세계사의 넓은 시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무왕은 훈 제국의 후예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비석에 훈 제국의 왕자를 조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후예인 성한왕을 태자로 삼고 있으며, 이는 문무왕의 비석과 사천왕사 비석에서 발견되는 투후 김일제와 태조 성한의 등장을 새긴 비문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40년을 공들인 끝에 완벽히 분석해낸 사천왕상을 일일이 채색으로 분석하며 숨어있는 의미들을 풀어낸 강우방 원장은 오늘날보다 더 뛰어난 표현양식으로 사천왕상을 만든 양지스님의 빼어난 예술가로서의 면모와 녹유신장상의 예술성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김정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