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대왕신종을 완성한 이는 혜공왕의 어머니 경수태후(景垂太后)”
조병준 기자 기자 / 2015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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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명문 세밀하게 판독한 결과 “지금까지 알고 있는 혜공왕이 아닌

경덕왕의 부인이며 혜공왕의 어머니인 만월부인(滿月夫人)”

조철제 전 경북도문화재전문위원 『또 다른 경주를 만나다, 조선』에서 주장



경주학 연구자인 조철제 전 경북도문화재전문위원은 “성덕대왕신종에 새겨진 앞면 서문(序文)과 뒷면 명문(銘文)을 자세히 확인한 결과 당시 종을 만든 사람은 혜공왕이 아니고 그의 어머니인 경수태후(=만월부인)로 밝혀졌다”고 주장해 지금까지의 “신종은 경덕왕이 아버지인 성덕대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다 타계한 뒤 아들인 혜공왕이 경술년 12월(서기 771년) 마침내 완성했다”고 알고 있는 내용과는 크게 다른 새로운 논리를 폈다.



경주출신으로 고향에서 경주학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는 대표적인 한 사람인 조 전 위원은 자신이 발행한 ‘또다른 경주를 만나다, 조선’이란 책에서 “종명의 명문을 상세히 조사한 결과 신종은 혜공왕이 아버지 경덕왕의 뜻에 따라 주조한 것이 아니고 그의  둘 째 부인 만월부인이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이 같은 논리를 전개한 조 전 위원을 만나 더 자세한 내용과 명문을 확인한 경위를 들었다.



- 신종의 명문을 확인해 본 결과 가장 중요한 내용은 어떤 것이라고 보는지요.

“먼저 신라의 유물이나 유적을 놓고 이를 어느 왕, 또는 누가 만들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때가 더러 있다. 유구한 세월이 흐른 뒤 사료마저 빈약한 경우 사실을 규명하기란 더욱 어렵다. 보통은 이를 따져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할 수 있지만, 역사적 유물은 그 창시가 매우 중요하다. 사실을 통해 당시의 정황과 종교, 문화와 과학 등을 다양하게 이해하고 그 존재의 가치를 밝혀 인류문화의 창달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주의 신라시대 유물가운데서 ‘첨성대는 선덕여왕 때 쌓았고, 불국사는 김대성이 창건했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있다. 그러나 첨성대는 선덕왕 대에 쌓았다는 기록 뿐 다른 내용은 없으며, 거기다 현전하는 문헌은 모두 후세에 편찬된 기록들이라 사실여부 확인이 너무 벅차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는 신라유물 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으며 최고의 미를 자랑하고 있는 성덕대왕신종에 대해 남다른 관심으로 종명으로 불리는 명문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신종에는 앞면과 뒷면에 주종 참가자의 관명과 인명이 적혀있다. 서문에는 모두 659자가 있고, 뒷면에도 214자가 있는데, 주종 관계자의 관직과 성명을 적은 글자가 160자나 돼 모두 합치면 1033자로 이를 통틀어 종명이라 칭한다. 그 줄거리는 신종의 신이함과 성덕왕의 덕치, 경덕왕의 신종 주조 착수, 혜공왕의 덕 찬양, 만월부인의 신종 완성 과정, 조성에 대한 축원 등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신종 주성의 공덕을 만월부인에게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만월부인은 절대 권력을 틀어쥐고 섭정할 때라 공적을 아들 혜공왕에게 줄 수가 있는데도, 명문에는 ‘남편인 경덕왕의 유언에 의해 그 숙원을 자신이 이뤘다’고 명문에서 밝힌 점이다”



- 삼국사기에는 신종의 기록이 없어서 아쉽지만 다행히 삼국유사에는 기록이 있는데, 그 내용도 상세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삼국유사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경덕왕이 황동 12만근으로 아버지 성덕대왕을 위해 큰 종을 만들려고 했으나 뜻을 못 이루고 죽었다. 그의 아들인 혜공왕 건운이 경술년(770)12월에 유사에 명해 자인들을 모아 마침내 종을 완성했으며 당초 봉덕사에 봉안했다. 종명도 성덕대왕신종지명이라 했다. 조산대부 전 태자 한림랑 김필원이 왕명으로 종명을 지었으나 그 글이 번잡해서 모두 수록하지 않는다’라고 기록돼 있다. 그래서 이 같은 내용을 근거로 해서 지금까지 ‘신종은 혜공왕의 공덕으로 이뤘다’고 말한다. 삼국유사는 신종이 완성된 뒤 510년 뒤인 1281년 충렬왕 7년에 편찬된 책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신종을 완성시킨 사람이 만월부인이라고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를 든다면.

“특히 강조된 점은 만월부인을 경수태후(景垂太后)로 황태후급 존칭어를 사용한 점이며, ‘마침내 오랜 숙원을 이뤄 종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모두 만월부인의 공덕을 기리는 글 속에 있는 내용이란 점이다. 특히 서문에는 성덕왕-경덕왕-혜공왕-태후 순으로 글을 썼으나 뒷면에는 성덕왕-경덕왕-태후의 덕만 기술돼 있을 뿐 혜공왕의 덕을 기리는 글 가운데는 어디에도 신종을 주조했다는 말이 없고, 만월부인의 공적만 장황하게 나타나 있다는 점이다. 또 일연스님은 삼국유사에서 ‘종명 글이 번잡해서 모두 수록하지 않는다’고 쓴 점을 봐도 당시 스님이 종명 내용을 꼼꼼하게 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해서 후세에는 ‘혜공왕이 신종을 주성했다’는 표현이 사실로 굳어진 것 같다. 지금까지 강조한 내용을 아울러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들이나 어머니 가운데 누가 신종을 완성했느냐 하는 것은 별문제가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당시의 정치상황과 모자 관계,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의 국보 제29호로 지정돼 세계적인 예술품인 신종의 주종 전반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는 지금부터라도 반드시 제대로 규명돼야 할 문제라고 본다” 



성덕대왕신종의 종명을 수십 번이나 읽고 또 읽은 다음, 명문해석에도 심혈을 기울인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는 다른 내용임을 확인하고, 이처럼 파격적인 논리를 펴고 있는 조 전 위원은 “신종의 종명은 신라금석문의 백미이며 명문(名文) 중의 명문이다. 이번에 명문을 재판독하면서 거둔 가장 큰 소득은 신종을 만든 사람을 확인한 사실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종명의 찬자 ‘김필해’도 한자 이름 가운데 ‘해(奚)’자가 아닌 ‘흥(興)’자로 김필흥이란 사실을 처음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 본지 조병준 기자와 대화하고 있는 조철제 전 경북도 문화재전문위원
조병준 기자 기자 / 2015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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