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프로사진작가처럼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 기능이 과거 필름시대와 비교하면 웬만한 35mm필름을 능가하는 화소수다. 이렇다보니 따로 카메라를 구매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든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우리는 여행을 하거나 출장을 갔을 때, 아주 오래된 지난날의 건축물과 시설물들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재래시장과 방앗간, 기차역에 세워진 석탄 저장시설들은 앞으로는 점점 없어져갈 과거의 잔재물이다. 당수나무로 알고 있는 마을을 지키는 고목나무와 쓰러져가는 기와집, 성당이나 교회 등 세상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변화란 사라지고 생성되는 반복을 의미한다. 사진은 이러한 모습에 시선을 두고 오랜 세월동안 사진형식이 변화 발전되어 왔다. 

세계 미술을 이끌었던 독일 예술가들 중에 유형학적 미술형태를 보여준 작가들이 많다. 독일인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 1876~1964, 독일)는 1920년대 독일민중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적으로 기록한 초상사진가이다. 거대한 독일 사회를 이루고 있는 노동자, 군인, 상인, 예술가, 시골의 가정을 사진으로 기록하였다. 그의 사진은 모델의 감정을 배제된 상태로 카메라와 시선을 같이 하게한 후 같은 형식으로 촬영하였다. 작가는 그들이 속한 직업과 사회적 위치, 인생관을 사진에 반영시켜 나가고자한 사진적 표현방식이었던 것이다. 1910년부터 20여 년간 2500점이나 촬영했다는 것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다 해도 어려운 작업이다. 대형카메라로 이렇게 방대한 원고를 만든 것은 사진적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며, 잔더의 사진이 바로 유형학 사진이었던 것이다. 
 

▲ <사진1>「 물탱크」 Bernd &Hilla Becher, 20세기 중반

1975년에는 독일의 베허 부부가 찍은 사진이 처음으로 미국에 소개되어 짧은 시간에 사진계의 주류를 이룬 업적을 남긴다. 베허 부부의 사진은 <사진1> 건축물을 주로 다루는데 커다란 발전기, 고압선의 철탑 등 곧 수명이 다되어 사라질 위기에 있는 과거의 산업 잔재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사진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술가들은 미래를 보는 특별한 눈을 가졌다. 베허는 대학의 교수가 직업이었다. 세계적인 작가 토마스 루프(Thomas Ruff)나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토마스 스트루트(Thomas Struth)가 베허학파 3인방으로 알려진 제자들이라니 대충 짐작이 가리라 본다. 유형학의 모태인 베허 부부를 스승으로 모신 제자 3인방이 전 세계를 누비며 유형학을 알려나간다. 

독일인 사진작가 안드레아스 구르스키는 배허 스쿨에서 좀 특이한 작가이다. 1978-1981년까지 ‘오토 슈타이너트’에서 사진을 배웠고, 1981-1987년에 뒤셀도르프 베허 스쿨에서 사진을 배웠다. 구르스키 사진<사진2>의 특징은 자연과 소도시, 공장, 증권거래소, 관중 등 여러 가지 소재를 취하고 있다. 자연과 기술,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강조하며 현대사회의 문화인 소비사회에 관심을 둔 작품들이 대다수다.

▲ 사진2>「 라인강 II」 Andreas Gursky, 1999년

왜 유형학사진이 현대미술에서도 거론되는가?

유형학 사진의 특징에서 살펴보면 같은 종류와 같은 모양, 그리고 같은 형태를 가진 것을 일정한 포맷과 형식으로 모아 찍은 사진을 ‘유형학사진’이라 한다. 엄격성과 획일성, 규칙성, 통일성, 정형성은 독일 유형학의 특징으로 정착되었다. 유형학적 요소들은 우리 삶의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산업, 건축, 의상, 장식, 초상 등 흔한 소재를 활용하는 미술형식들이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유형학 사진이론을 기본으로 하는 독일 현대사진을 주목할 수 있는 충분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독일은 사진 제작 분야에도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대형프린트에 디아섹이라는 신기술을 이용한 세련된 표구기술까지 독일 정부가 지원한다. 디아섹표구는 대형으로 제작할 경우에는 그 제작비만 상상을 초월한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현대의 미술경쟁은 자본과 직결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닐 듯하다. 첨단을 걷고 있는 세계미술에서 자본과 기술이 합체를 이룬 독일의 유형학을 잠시 거론하면서 부러움과 함께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김종욱 문학박사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