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경 춘 서예가·문학박사 동국대 평생교육원 교수 choisukcho@dongguk.ac.kr

‘고울 연 姸’자는 부수이자 의미부인 ‘여자 여 女’자와 소리부인 ‘평평할 견 幵’자로 이루어진 형성(形聲)자이다. ‘여자 여 女’자는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다소곳이 앉은 여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자 여 女’자는 인류의 기원이자 무한한 생산성을 가진 위대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여자 여 女’자와 관련하여 파생된 글자의 유형을 크게 다섯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여성이 아이를 생산함을 표현한 것으로, 모계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모습을 그리고 여인이 최고임을 의미하는 ‘임금 후 后’자, 마을의 우두머리 여성(女)이 무기(戌)를 든 모습인 ‘위엄 위 威’자, 혈통이 모계 중심으로 이어져 여자(女)가 낳았다(生)는 뜻의 ‘성 성 姓’자, 인류의 시작이 여자(女)임을 말해주는 ‘처음 시 始’자, 아이(子)를 생산하는 여자(女)에 대한 선호, 혹은 자식(子)에 대한 어미(女)의 사랑을 표현한 ‘좋을 호 好’자 등이 있다. 둘째, 어미가 아이를 양육함을 표현한 것으로, 여자(女)의 유방을 뜻하는 두 점을 찍어 만든 ‘어미 모 母’자, 비녀를 꽂은 어미(母)를 그린 ‘매양 매 每’자 등이 있다. 셋째, 여인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고울 연 姸’자, ‘아리따울 요 妖’자, ‘아름다울 미 媚’자, ‘예쁠 교 姣’자 등이 있다. 넷째, 인류가 부권사회로 옮겨가면서 나약하고 힘없는 존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명령(口)을 따르는 여성이라는 의미의 ‘같을 여 如’자, 이삭을 늘어뜨린 벼(禾)와 이를 수확해 쌓는 여성(女)의 의미를 합친 ‘맡길 위 委’자등이 있다. 다섯째, 사회적 약자가 된 여성의 간사하고 투기 잘하는 비천한 존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간사할 간 姦’자, ‘범할 간 奸’자, ‘시기할 질 嫉’자, ‘시샘할 투 妬’자, ‘탐할 람 婪’자, ‘여자종 비 婢’자, ‘기생 기 妓’자 등이 있다. ‘평평할 견 幵’자는 원래 ‘우물 정 井’자로 이는 글씨 연습을 할 때 글씨가 예쁘게 써지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습자(習字) 틀을 뜻한다.


‘고울 연 姸’자는 모가 나지 않고 잘 갈린 돌처럼 평평한(幵) 여자(女)가 곱고 아름답다는 뜻을 반영했다.

‘웃을 소 笑’자는 부수이자 의미부인 ‘대 죽 竹’자와 소리부인 ‘어릴 요 夭’자로 이루어진 형성(形聲)자이다. ‘대 죽 竹’자는 곧게 뻗은 대와 양옆으로 난 잔가지를 그렸다. 갑골문이 쓰이던 기원전 13세기쯤의 황하 유역은 야생 코끼리가 살 정도로 기후가 따뜻해 대나무가 많았다. 지금도 생활에 유용한 재료이듯 대는 당시에도 생필품은 물론 다양한 악기 및 서사의 재료가 되었다. 곧게 자라는 대는 정절(貞節)의 상징이었고, 대로 만든 말을 타며 함께 놀던 옛 친구(竹馬故友)를 연상케 하는 ‘도타울 독 篤’자처럼 깊고 ‘도타운’ 정을 뜻하기도 했다. ‘어릴 요 夭’자는 사람의 머리가 젖혀진 모습으로부터 ‘요절(夭折)’의 의미를 그렸는데 자형이 변해 지금처럼 되었으며, 이로부터 꺾이다, 재앙 등의 뜻이 나왔다. 달리 죽는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부서진 뼈 알 歹’자를 더해 ‘일찍 죽을 요 殀’자로 쓰기도 했다.

‘웃을 소 笑’자는 관악기(竹)로 연주되는 곡을 듣고 몸을 구부려(夭) 기뻐하며 웃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어릴 요 夭’자는 배를 잡고 몸을 구부린 사람의 모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웃을 소 笑’자를 ‘여덟 팔 八’자와 ‘어릴 요 夭’자로 구성되어 배를 잡고(夭) 웃는 바람에 웃음소리가 위로 퍼져나가는(八) 모습을 그린 것이라 풀이하기도 한다. 달리 웃음소리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입 구 口’자를 더한 ‘웃을 소 咲’자로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