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영 달 전 경주미협지부장 전 경북창작미술협회장

스페인의 화가 고야(1746-1828)는 명작을 여러 점 남긴 스페인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가 남긴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그림들은 <1808년 5월 3일: 마드리드 수비군의 처형>, <카롤로스 4세의 가족> 그리고 <나체의 마야>와 <옷을 입은 마야>가 있는데 먼저 <나체의 마야>와 <옷을 입은 마야>를 감상해 보자.

<나체의 마야>
이 그림은 1798년에 시작하여 1805년에 완성한 유화로 크기는 97*190cm이다. 이 그림은 재상 ‘고도이’가 고야에게 주문하여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마야’는 ‘마하’의 영어식 발음으로 ‘멋쟁이’ 또는 ‘노는 여자’란 뜻이다. 왕비를 애인으로 둘 정도로 여자를 무척 좋아한 ‘고도이’가 의뢰하지 않았다면 이런 누드화가 남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20세기 이전에 그려진 스페인의 유일한 나체화이다. 같은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즈가 그린 <거울 속의 비너스>가 누드화이지만 그것은 ‘여신’을 그린 것이니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봐야 한다. 고야는 이 여인을 터어키풍의 소파에 비스듬히 눕도록 포즈를 취하게 하고는 뚫어지게 관찰하며 실재감이 나도록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220년 전에 이토록 완벽하게 여체를 그려 남겼으니 고야는 미술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당시 이 여인은 도대체 어떤 여인이었기에 이 정도로 과감하게 포즈를 취할 수 있었을까? 일설에 의하면 고야와 친하게 지냈던 알바 공작의 부인이란 추측도 하지만 이토록 얼굴이 사실적으로 묘사된 걸 보면 좀 의심이 간다. 어떻든 이상적인 몸매의 소유자이고 대담한 여자임에는 틀림이 없겠다.

<옷을 입은 마야>
이 그림도 위의 작품과 같은 기간에 같은 여인을 모델로 그린 것으로 크기도 비슷하다. 다른 점은 옷을 입고 신발까지 신고 있다는 점이다. 헤어스타일과 시선과 자세는 똑같다. 소파마저 같은 것이지만 색상은 좀 달리하였다. 옷의 벗고 입은 차이가 있지만 인체의 볼륨감은 옷을 입은 마야가 더 돋보이는데 그 까닭은 허리에 단단히 묶은 분홍 띠의 효과이리라. 의상은 프랑스풍으로 그 당시 유행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체의 마야보다 우아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이 두 그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그는 그림을 아주 빠르게 그리는 솜씨가 있었는데, 알바 공작의 귀에 고야가 자기 부인의 누드를 그린다는 소문이 들리자 남편 알바 공작은 “사실이라면 우리 귀족의 명예를 위해 복수하겠다”는 공언을 하고 다니다가 고야의 화실을 찾았을 때 아내의 그림은 있었으나 옷을 갖춰 입은 모습이었다고 하는데 이는 알바공의 분노를 막으려고 하룻밤 사이에 또 하나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그만큼 솜씨가 능숙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모델이 알바 공의 부인이란 설이 있기에 조금 자료를 제공하자면 1795년(고야 49세)에 공작 부부와 가까워져 그들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이듬해에 50세 때 공작이 사망하고 부인은 안달루시아로 가
살게 됨. 1797년(고야 51세)에 공작부인을 찾아가 그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있음.

필자가 2012년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갔을 때 <옷을 입은 마야>는 볼 수 있었는데 <나체의 마야>는 마침 일본에서 전시 중이어서 보지 못했는데 다시 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고야는 1746년 스페인의 아라곤 지방의 사라고 시 푸엔데토스에서 태어났으며 나중에 궁중화가가 되어 좋은 환경에서 많은 그림을 그려 남겼다. 그러나 1792년 그의 나이 46세에 갑작스럽게 병을 얻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심하게 어지러운 증세가 나타나 죽을 뻔하였다가 기적처럼 회복되었으나 이때부터 귀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다. 그 후에도 왕성하게 그리다가 1828년 노환으로 프랑스의 보르도에서 사망함. 그가 이 세상에 머문 기간은 82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