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고 있었다. 그 때 마침 길옆에서 똥을 싸는 놈이 있었다. 공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똥 싸는 놈을 불러 세워서
호되게 꾸지람을 하였다.

공자는 다시 제자들과 길을 가는데 이번엔 판에서 똥을 싸는 놈이 있었다.
그런데 공자는 그냥 지나쳤다. 제자들이 궁금하여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어찌하여 길옆에 똥을 싸는 놈은 호되게 나무라시면서 길 한복판에서 똥 싸는 놈을 보시고서는 그냥 지나치십니까.”

공자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길옆에 똥을 싸는 놈은 그나마 양심이 있어 조금만 교육을 시킨다면 인간이 되지, 허나 길 한복판에 똥 싸는 놈은 그 싹수가 노랗고
버르장머리가 아주 없는 놈이라 아무리 옳은 교육을 시킨다 해도 소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라. 될 놈은 그 떡잎부터 다르다네.”

고금이 다르지 않게 전해져 오는 이 이야기를 여러분은 어떻게 해석하시는지요?

작품 감상
김석수 씨는 경추 4, 5번을 다쳐 전신마비가 된 중환자이다. 직업군인이던 그가 교통사고를
당해 자리에 누운 지 어언 11년째-.

병원과 집을 번갈아 오가며 호흡기에 의지해 살아가는 그의 가장 큰 소망은 들숨 날숨을 시원하게 한 번 쉬어보는 것이라고 한다.

소망이랄 것도 없는 이런 하찮은 것을 염원하는 그의 바람을 접하며, 이 시간 마음대로 말하고, 걷고, 주저앉을 수 있는
<자유함>을 누리고 있는 나 지신이 공연히 부끄러워지는 것은 왜일까.

하루 24시간 가뿐 숨을 몰아쉬며 투쟁으로 연명해 가는 그의 곁에는 해바라기처럼 혹은 박꽃처럼 다소곳이 부인이 지키고 있다.

부인은 떠듬거리며 내뱉는 그의 울음을 한 자 한 자 받아 적는다. 남들은 알아듣지 못해도 부인은 지극한 신뢰와 사랑이라는 줄을 잡고 심금을
울리는 저 외마디 소리들을 낚아 올리는 것이니, 이를 두고 뉘라 눈물겹고도 따뜻한 부부애 넘치는 광경이 아니라고 할 것인가.

이렇게 해서 병상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김석수 씨는 문인이 되었고, 이미 두 권의 책을 내었다.

오늘 소개하는 이 글은 공자(孔子)에 얽혀 전해오는 일화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너무 많다.

법과 질서, 윤리라는 크고 작은 규범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요즈음의 우리 사회를 걱정하다 말고, 병상에 누워 비록 육신은 꼼짝달싹
못하지만 김석수 씨의 상상력은 훨훨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공자를 만나 오늘 그 답을 얻어 내었으니, 보라! 길은 만인을 위한 수단일 따름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는 터.

그렇지만 길은 타인을 위해 겸양으로 나를 낮출 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 산 돌아 들 돌아 너와 나를 ‘우리’ 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거니-.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뽕잎을 먹고 비단을 만드는 누에와, 이슬을 먹고 독을 만드는 뱀이 서로 다른 점이 확연하다.

돌이켜 보면, 정작 나 자신 세상을 위해 한 일이 별반 없으면서도 타인의 성공을 시샘한 적은 없었는가.

당신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 할 것도, 노력한 댓가가 왜 나에게는 더 많이 돌아오지 않는가 하고 안달할 이유 또한 하나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무탈하게 살고 있는 자체가 복이요 기쁨의 근원이 됨을 깨달아야 함이거니…

김석수 씨의 존재는 우리들에게 온몸으로 그걸 깨우쳐 주고 있다 할 것이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오이를 심으면 오이를 얻고, 콩을 심으면 콩을 얻게 된다. 하늘에 친 그물은 크고 넓어서 성기기는 하지만 결코
새지는 않는다.’ (種瓜得瓜요  種豆得豆니   天網이  恢恢하여  疎而不漏니라)라고 하였으니,
예지의  눈으로 작은 것에 만족하면서 감사를 생활화할 수 있는 올곧은 심성을 가꾸어 가야겠다.

약력：
·1954년 경북 영덕에서 출생.
·1973년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
·1986년 영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영영자 과정 수료.
·1996년 교통사고로 경추손상, 전신 호흡마비.
·1999년
해군 원사로 전역.
·2006년 『<물천리 노래>』 , 2007년 『아직도 못다한 말』발간.
  현재 11년째
집과 병원을 오가며 투병 중.